항암 치료를 끝낸 지 어느덧 6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돌이켜보면 철없던 중3 시절의 골육종 투병은 너무나 힘들었지만 저를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들어준 시간이었습니다. 힘든 과정을 견뎌내며 인내심이 생겼고 늘 긍정적인 사고를 하려 노력했습니다. 병원에 가는 것이, 치료를 받는 것이 너무 싫었지만 좋은 점만 생각하려 항상 노력했습니다. 또래 친구들은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지겹도록 공부하는데 반해 저는 병원에서 학업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마음껏 책이나 TV, 영화 등을 볼 수 있었고, 항암 치료로 괴로운 날도 많았지만 중간 중간 체력을 보충해야 하는 시간에는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고 연극이나 공연 등을 보러 다니며 자유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비록 늘 주사를 꽂고 있고 치료하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힘든 치료를 마치고 나면 즐거움을 상상하며 항상 긍정적이고 밝게 치료를 받아온 그 시절의 저를 생각하면 스스로도 대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건강했던 제가 갑자기 암 진단을 받고, 치료 후 다시 사회로 나올 때 걱정이 앞섰습니다. 늘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힘든 치료과정을 버텨왔던 저지만 장애가 있는 다리를 가지고 사람들 앞에 나서고 생활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불편한 점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오른쪽 무릎을 잘 굽히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없어 대부분의 체육활동은 불가능했고,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다리를 펼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것들을 못하며 사는 게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우연히 책에서 스티븐 호킹 박사의 어록을 봤습니다. “장애를 가진 다른 사람들에 대한 나의 충고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또 장애 때문에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후회하지 말아라. 육체적으로 장애가 있더라고 정신적인 장애자가 되지 말아라.” 저는 이 어록에 깊은 감명과 응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루게릭병을 가지고 거동이 거의 불가능함에도 위대한 업적을 이룬 스티븐 호킹 박사도 있는데 고작 다리 하나 가지고 비관하고 있던 제 자신을 반성했습니다. 다리가 조금 불편함에도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많음을 깨닫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였습니다.
대학교 진학 후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처음에는 투병 사실과 장애가 있는 것을 숨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장애를 인정하고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스스로 부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은 누군가 저의 불편한 다리에 대해 물어보면 숨김없이 말합니다. 물론 솔직히 말해서 저의 경험을 얘기한 후 사람들이 보이는 각기 다른 반응을 모두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에 대한 모든 사실을 인정하니 제가 할 수 있는 일들도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 힘든 순간을 버티고 있는 여러분. 힘든 과정을 참고 견디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어떤 상황이라도 긍정적인 부분을 생각하신다면 지금 그 힘든 시간도 버텨낼 수 있을 것입니다. 파이팅!!
한승현(1997년생)
2011년 1월 골육종 진단
2012년 3월 치료종결
현재 단국대학교 기계공학과 재학 중




